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子規.

이요 2005.01.26 21:38 조회 수 : 207


子規라는, 같은 소재로 지어진 여러 편의 시 감상 하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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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견새

-한용운


두견새는 실컷 운다.
울다가 못다 울면
피를 흘녀 운다.

리별한 한(恨)이냐 너뿐이랴마는
울내야 울지도 못하는 나는
두견새 못된 한(恨)을 또 다시 엇지하리

야속한 두견새는
도러갈 곳도 업는 나를 보고도
불여귀 불여귀(不如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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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촉도

-서정주


눈물 아롱아롱
피리 불고 가신 임의 밟으신 길은
진달래 꽃비 오는 서역(西域) 삼만리
흰 옷깃 여며여며 가옵신 임의
다시 오진 못하는 파촉(巴蜀) 삼만리

신이나 삼아줄 걸, 슬픈 사연의
올올이 아로새긴 육날 메투리.
은장도 푸른 날로 이냥 베어서
부질없는 이 머리털 엮어 드릴 걸.

초롱에 불빛 지친 밤하늘
구비구비 은핫물 목이 젖은 새.
차마 아니 솟는 가락 눈이 감겨서
제 피에 취한 새가 귀촉도 운다.
그대 하늘 끝 호올로 가신 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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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견 새 우는 밤

-로담

서쪽
서쪽
서쪽
소쩍 새 울음 웁니다.

서쪽
서쪽
서쪽에
서방정토 극락세계 에있다고
관음보살 화현으로 웁니다.

남섬부주 오탁악세
혼침(惛沉) 도거(掉擧) 속에
침잠(沈潛)하는 잠을 깨우려
자식 잃은 부모의
피토하는 심정으로
그렇게 밤새 소쩍 새 울음으로 웁니다.

서쪽
서쪽
소쩍 새 울음이 노래되면
진달래 넝쿨장미 목백일홍 붉게 피고
호랑나비는 덩실 춤을 춥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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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견(杜鵑)

-김영랑



울어 피를 뱉고 뱉은 피 도로 삼켜
평생을 원한과 슬픔에 지친 작은 새,
너는 너른 세상에 설움을 피로 새기러 오고,
네 눈물은 수천(數千) 세월을 끊임없이 흐려 놓았다.
여기는 먼 남(南)쪽 땅 너 쫓겨 숨음직한 외딴 곳,
달빛 너무도 황홀하여 호젓한 이 새벽을
송기한 네 울음 천(千) 길 바다 밑 고기를 놀래이고,
하늘가 어린 별들 버르르 떨리겠구나.

몇 해라 이 삼경(三更)에 빙빙 도는 눈물을
슷지는 못하고 고인 그대로 흘리웠느니,
서럽고 외롭고 여윈 이 몸은
퍼붓는 네 술잔에 그만 지늘꼈느니,
무섬증 드는 이 새벽까지 울리는 저승의 노래.
저기 성(城) 밑을 돌아나가는 죽음의 자랑 찬 소리여,
달빛 오히려 마음 어둘 저 흰 등 흐느껴 가신다.
오래 시들어 파리한 마음마저 가고지워라.

비탄의 넋이 붉은 마음만 낱낱 시들피느니
짙은 붐 옥 속 춘향이 아니 죽었을라듸야
옛날 왕궁(王宮)을 나신 나이 어린 임금이
산골에 홀로 우시다 너를 따라 가시었느니
고금도(古今島) 마주 보이는 남쪽 바닷가 한 많은 귀향길
천리 망아지 얼렁 소리 쇤 듯 멈추고
선비 여윈 얼굴 푸른 물에 띄웠을 제
네 한된 울음 죽음을 호려 불렀으리라.

너 아니 울어도 이 세상 서럽고 쓰린 것을
이른 봄 수풀이 초록빛 들어 풀 내음새 그윽하고
가는 댓잎에 초승달 매달려 애틋한 밝은 어둠을
너 몹시 안타까워 포실거리며 훗훗 목메었느니
아니 울고는 하마 지고 없으리, 오! 불행의 넋이여,
우거진 진달래 와직 지우는 이 삼경의 네 울음
희미한 줄 산(山)이 살풋 물러서고
조고만 시골이 흥청 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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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에 월백하고

-이조년

이화에 월백하고 은한이 삼경인제
일지 춘심을 자규야 알랴마는
다정도 병인 양하야 잠 못드러 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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端宗御製 子規樓詩(단종어제 자규루시)

-단종


一自寃禽出帝宮 (일자원금출제궁)
孤身隻影碧山中 (고신척영벽산중)
假眠夜夜眠無假 (가면야야면무가)
窮恨年年恨不窮 (궁한연년한불궁)

聲斷曉岑殘月白 (성단효잠잔월백)
血流春谷落花紅 (혈류춘곡낙화홍)
天聾尙未聞哀訴 (천롱상미문애소)
何乃愁人耳獨聽 (하내수인이독청)

한 마리 원한 맺힌 새가 궁중을 나와
푸른 산 속에 외로운 그림자 드리웠네
밤마다 잠을 청하나 잠을 못 이루고
해마다 한을 삭이려 하나 한은 끝이 없어

새벽 산에 슬픈 울음 끊어지니 잔월이 희뿌옇고
봄 골짜기 토한 피 흘러 떨어진 꽃을 붉히네
하늘은 귀가 먹어 슬픈 소리 못 듣는데
어이하여 근심겨운 사람 홀로 귀만 밝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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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 시들 가운데 영랑과 미당의 시는 정말정말 좋아하는 시이기도 하고,

子規라는, 어찌보면 드라마틱한 소재 자체도 맘에 들고...

이러저러한 이유로, 제 싸이홈에도 올렸었던 시 묶음입니다.

오늘 갑자기 그 글을 다시 읽으니, 역시나 좋군요. 아래는 그 때 달았던 제 코멘트.

김민정 : 울고 싶을 때에는, 목에 피 맺히도록 슬피 운다는 자규를 생각한다. 내가 자규인양, 자규가 나인양,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몽롱하게 생각하다 보면은, 어느새 자규가 날 대신하여 실컷 울어 주고 있다. 목에 피가 맺히도록. (09.29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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