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누님과 쐬주 한잔 했습니다. 친구들과 술 마시고 들어갔는데, 한잔 하자고 그러시는 바람에
결국 또 한잔. 컵가지러 가기 귀찮아서 한병씩 나발을 불고, 안주는 차갑게 식은 통닭과
비엔나 소시지. 뭐, 그래도 재밌게 잘 먹었습니다.
누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나온 게 바로 어머니의 체벌 이야기였는데요.
아버지께서는 한번도 손을 올리신 적이 없는데 (약주하시고 가끔 장난으로 제 복부를 주먹으로
치시는데, 내장이 튀어나올꺼 같은 느낌이; 아마 작정하시면 목숨이 위태로울 듯)
저희 어머니께서는 교육상 체벌을 약간 가하셨다지요. 어머니의 주무기는 구두주걱이었습니다.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녹색의 플라스틱 재질 1.2m 구두주걱.
종아리를 주로 맞았는데, 맞고 나면 몇개의 노랗고 뻘건 선들이 생기는 공포의 구두주걱.
나중엔 누님께서 이 구두주걱이야말로 진정한 악의 축이라고 하면서 부러뜨리고
몰래 버렸다지요; 뭐, 나중엔 그것과 비슷한 것들이 어머니의 주무기로 사용되었지만.
주로 제가 맞은 이유는 바로 오.락.실.출.입. 때문이었습니다. 한창 원더보이와 서유기,
너클조 등에 매료당했는지라 거의 학교가 끝나고 살다시피 했는데, 언제나 어머니한테
귀를 잡혀서 질질질 끌려와서는 저 공포의 구두주걱으로 10연타 정도 당했었죠.
언제나 맞고난 저녁에 잠이 들면 어머니께서 몰래 들어오셔서 종아리에 약을 발라 주시곤
했는데, 철모르는 그 때엔 (물론 지금 철이 들었다는 것도 아니지만;)
'아니, 약 발라주실거면 차라리 때리지 마시죠 ;ㅁ;' 하는 생각도 했더랍니다.
나이가 들어서 혼자 결정할 나이가 되고나니까, 더이상 어머니의 체벌은 없어졌지만
(물론 잔소리는 여전하십니다만;). 왠지 오락실에 가도 재미가 없더군요.
혼자 곰곰히 '아, 난 어머니가 잡으러 오실지도 모른다는 스릴과 공포를 즐긴건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뭐 진짜 재미가 없어졌습니다. (대신 게임방 or 플스방에 가서 그럴지도;;)
제가 제 자신을 생각해도 뭔가 안 좋은 사실을 발견할 땐, 차라리 어머니께서 구두주걱 10연타를
날려주셨으면 하는 생각도 들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어머니께서 힘이 없어지셨다는 것도 아닙니다. 지금도 예전의 타격력을 보여주실 수 있을듯;)
누님이랑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왠지 어두운 방에서 아들 놈 다리에 약을 발라주시던 어머니가
생각나서 적어보는 글이었습니다.
좋은 밤 보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