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일이 생겨서 천안에 들렸습니다. 만날 사람도 있고
해야 될 일도 있어서 겸사겸사 가게 되었죠.
끝마치고 중간 지점에서 근처 학교에 재학중인 친구 a양을 만나서
같이 서울로 올라가기로 했는데 버스랑 기차 어느 거로 할까
생각하다가 문득 전철을 타보고 싶다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천안에서 서울까지 전철로 갈 수 있다니!! 가슴이 벅차올랐다면 거짓말이고.
솔직히 실감이 잘 안 나더군요.-_-; 그래서 한번쯤 타보고 싶었습니다.
중간에 만나기로 했던 a양에게 부리나케 전화를 때렸죠.
야~ 나 이러이러해서 전철로 갈 거니깐 너 먼저 올라가라, 다음에 봅세~!
대충 이렇게 말했는데 태클 들어오더군요-.-급행은 지금 안 온다느니 앉을 자리 못 잡으면
제대로 OTL이라는 둥 결사반대를 하더군요. 그래도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잖아요.?
전 죽어도 전철을 타고 가겠다고 우기는데. 그녀가 한마디 하더군요.
"야! 나 지금 치마 입었다. 그래도 안 올래??"
(5초간 침묵)
"아............................................"
전 아무 말 못하고 아. 소리만 내게 되더군요.-_-;;;;;;;
그리고 전화 끊겼습니다.--;;;;;
여기서 어느 정도 의심을 살 수 있는데, 제가 그리도 놀랐던 이유는.
a양을 3년 동안 알고 지냈지만 치마를 입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 -.-
얼굴이 헐크라던가, 남성미가 풍긴다든가 그런 건 전혀 아니고
오히려 참하다고 해야 되나요. 취향의 차이겠지만 그녀가 치마를 입은 적은 없었습니다-_-;
순간 갈등 무지 때리더군요-_-3년 만의 치마를 보는 것인가;;
아니면 전철 노선을 이용해보는 것인가.
고민 끝에 결론을 내리고 전화를 했죠.
'다음에 보자-_- 난 전철이 더 좋아!' 이렇게 말하고 역으로 슬금슬금 갔습니다.
두정역에서 타게 됐는데 앉을 자리를 못 잡았더니 제대로 OTL이더군요.
인근에 대학교가 워낙 많은 탓인지 정말 많은 사람이 애용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도 날렵한 스피드를 이용해서 잽싸게 자리를 뺏고(?) 쭉 앉아서 갔습니다.
평택 정도만 해도 감동이 살짝 밀려왔는데 수원쯤 오니 괜히 탔다 소리가 나왔다는-.-;;
안양도 못 지나갔는데 a양은 벌써 도착했더군요.ㅡ.ㅡ;;잽싸게 연락을 했죠.
"야 전철 괜히 탔다. 갑갑하고 졸리다-_-"
쿠사리 한 바가지로 듣고 난 뒤에야. 기다려 줄 테니 보자고 하더군요-_-
가는 방향이 같아서 기다려준 거지만 괜스레 고맙더군요.
결국, 전철도 타보고, 치마도 만났(?)습니다.
3년 만의 본 그녀의 첫 치마는 생각보다 잘 어울렸다는.
중요한 일은 아니지만 왠지 기억에 오래 남네요(=_=).
결국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셔서 좋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