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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결벽증?

미련많은가시나무 2006.03.04 02:17 조회 수 : 204

결벽증은 남도 그렇지만 본인도 짜증납니다.

주위 모든 사물이 제 자리에 있어야 하고, 제 상태로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항상 청결한 상태로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청결을 유지시키기 위해선 이래저래 부단한 손질을 안 할 수가 없게 되는 것이지요.

단순히, 그냥 내 주위 모든 것들은 그런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라는 강박관념은 둘 째 치고,

누구나, 자기가 아끼고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그렇게 자주 손질을 하게 됩니다.


저에겐 결벽증이 있습니다.

유치원 때부터 아버지께선, 당시의 제 연령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곡들을

항상 집안에 연신 오디오로 틀어놓으셨습니다.

그 땐 아버지께서 참 레드제플린을 좋아하셨죠.

아들아, 이게 바로 영국에서 제대로 직수입해온 4집 정품 LP판이다 라고 자랑도 하시고.

Stairway to heaven을 그렇게 좋아하셨습니다. 지금은 별로 안 들으시는데,

그냥 어릴 때부터 자연스레 집에 있으면 그 곡을 듣게 되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갑자기, 몇 년이나 들어오던 그 곡에 쀨이 퐉 꽃혔습니다.

그 때부터 월드뮤직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음반을 의미없이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모아온 게 CD 800여장, LP 200여장, 카셋트는 중간에 분실하고 뽀개지고 기타 등등

고등학교 때도, 귓구멍에 이어폰 꽃아놓고 앤스랙스나 슬레이어 징징 지기징

기타 리프를 들으며 맛깔나게 정석을 풀어내곤 했습니다.



어느샌가부터 CD에 대한 애착이 증폭되었습니다.

자, CD를 하나 구입했다고 칩니다.

집에 돌아와, CD 비닐을 벗깁니다.

뭘로 벗기시나요? 가위로 쭉? 칼로 쭉?

저같은 경우엔 손으로 그냥 벗깁니다. 모서리 부분만 공략해서 말이죠.

만약에 칼로 비닐 대충 뜯어내다가 CD케이스에 기스라도 가면===========

내 자신에 대한 원망과 비난과 폄하와 증오와 불신이 뿜어져 나옵니다.

음악을 워낙 좋아하기에, 음반에 나는 흠집, 먼지 하나하나가

어느샌가부터 짜증으로 변모하기 시작했습니다. ㅎ


고등학교 때, 메탈 같이 듣던 놈이

산지 얼마 되지도 않은 판테라 라이브 CD를 빌려달라는 겁니다.

저는 "차라리 테이프로 녹음해줄게" 랬더니

친구는 저보고 넌 친구도 아니다 개쉐야 이랬지요.

어쩔 수 없이, CD를 빌려줬더니 아니나 다를까

케이스엔 오만가지 기스가 산재하고, CD 재킷은 지문과 손때와 얼룩과 주름과 라면국물이!

CD를 돌려받고, 집에 돌아오다가 음반가게 들려서 그냥 새로 다시샀습니다. ;

그래서 생각해 낸게---

거품포장재 있지않습니까? 뽁뽁이? 심심할 때 하나하나 눌러서 터뜨리면 재미가 쏠쏠한 그거.

그걸로 CD봉지를 만들어서 일일이 한 장 한 장 옷을 입혔습니다;;

인근 목공소나 슈퍼나 우체국에서 얻어오곤 했지요;; 미친듯이 얻었습니다.

철물점가서 걍 한 롤 사오기도 하고;;

음. 역시 CD에 옷을 입히니, 케이스에 기스도 안가고 참 좋더군요.

언제부턴가, 재킷 만질때는 흰 장갑끼고 만지고 있었습니다;;





미스터 칠드런을 너무 사랑하기에, 그들의 음악과 가사를 너무 좋아하기에

이들의 음반은 정말 소중히 다루고 있습니다.

역시 거품포장재 옷을 입혀서 말이지요. 재킷? 그냥 왠만해선 꺼내지도 않습니다. ㅎ

잘못하다가 물이라도 튀면, 지문이라도 묻으면 아주 심난하니까. ㅎ

군대가기 전, 당시 여자친구가 미스터 칠드런을 어떻게 알고 저에게

CD를 빌려달라고 하더군요.

당시 여자친구를 전 너무 사랑했습니다;; 그러나!!

CD는 도저히 빌려주고 싶지가 않았습니다;;

"차라리, MP3를 320으로 아트하게 떠줄게" 랬더니

재킷도 봐야하고, 우리 남자친구 손때묻은 CD를 듣고싶다고 애교를 떠는데 뭐;;;

어쩔 수 없이 빌려줬더니만, 혹시나가 역시나

기스에 아예 케이스에 금이 쫙 가버리고

재킷은 꼬깃꼬깃, CD엔 지문자국;;



돌려받을 때 CD 상태를 확인하고는 나도 모르게 그만 한 마디 했습니다.

"씨발"  ;;;;

(어디까지나, CD를 보고 그 처참함을 표현한 말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미안합니다.

언제까지나 멀리서라도 그녀의 행복을 빌고 있습니다.

100일 휴가 나와보니, 다른 사람 품에 있었지만.

그래도 행복하길 빌어줄 겁니다.



지금도 새로운 음반을 사면,

거품포장재로 다소곳이 옷을 입히고,

재킷을 만질때면 장갑을 끼고 만집니다;;

뭐 어떻습니까. 자기만 뿌듯하면 되지. 허허



약실과 가스관이 아무리 드러워도, 총열 뻔쩍하고 총강 선명하면

내 총이 제일 깨끗한거 아닙니까 ㅎ




저 아래 어느 분 입대하신다는데

군생활, 입대할 때 물론 다소의 불안감은 누구나 가집니다. 허나,

그 안에서도 그 나름대로 재미도 있고 정도 있고 감동도 있습니다.

2년, 전역하고 나서 뒤돌아보면 정말 금방입니다.

좋은 추억 많이 만드시고, 건승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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