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오후를 등에 업은 채, 생과일 주스를 마시기 위해 밖으로 나왔습니다.
주인 되시는 분과 과일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뭔가 푸드덕거리면서 제 옆에 떨어지더군요. - _ -

깜짝 놀라서 바닥을 내려다보니, 비실비실 거리는 까치 한 마리가 헐떡이고 있었습니다.

"아~~ 까치도 더위 묵었나 보다 -ㅇ-"

함께 생과일 주스라도 마시며 덕담이라도 나누고 싶었지만
저를 훑어 보더니 어디론가 떠나더군요.

자주는 아니더라도 그냥저냥 보이는 게 까치여서. (-_-)
갑자기 제 옆으로 떨어져서 잠깐 놀랬을 뿐 금세 무덤덤했었습니다.

좋은 님이라도 만나려면 좋으련만 까치를 봐도 사람을 만날 일이 없으니깐
평소와 다르지 않게  별일 없이 하루가 지나더군요.

그렇게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터벅터벅 걸어가는데
어디서 굉장히 낯선 뒷모습을 가진 여성분이 걸어가고 있더군요.

순간 뇌가 엄청난 속도로 데이터를 추려내더니 말 한 마디가 나왔습니다.

"선생님!!"

그렇습니다. 정말 우연히도 그 여성분은 제 고2 때 담임 슨새임이셨던 겁니다.
슨새임도 저를 보자마자 제 이름을 바로 불러주시더군요. 정말 반가웠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강한 인상을 받았던지라  담임선생님도 저를 잊지 못하시더군요ㅎㅎ
저는 슨새임의 교육열에 깊은 인상을, 슨새임은 저의 일일 시트콤에 감탄을- _-;;

세월이 조금 지났지만 뒷모습만 봐도 알겠더군요.

뜬금없는 까치의 방문이 이렇게 만남을 암시했던 것일까요??;;
사실 까치를 여러 번 만났지만 이렇게 극적인 만남은 없었는데,

덕분에 반가운 재회도 하고
조금은 신기하고 기분 좋은 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