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이번 방학도 이렇게 흐지부지 지나가는군요.
전보다는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반성할 것 투성입니다.
개강이 가까워질수록 조금 더 긍정적인 2학기를 그려보았지만
(새벽을 잠들면서 볼 것이 아니라 일어나면서 보자구 -_-*)
워낙 학교가 싫은 레리인지라 절망만이 늘어가더랍니다.
하지만 오늘 좋은 일이 연달아 터지면서
왠지 미래에 대한 기대를 걸어보아도 될 것 같은 예감에 가슴이 벅찹니다.
일단 첫번째는 장...학금.인데.
처음에 등록금고지서를 뽑을 때는 장학금 혜택에 0만 도배되어 있어서 좌절했습니다.
'나만 성적이 오른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드니까 왠지 비참해지더군요 ㅡ.ㅡ
장학금이 인원 수에 따라 나오는 것이 아니라 퍼센테이지로 나오는 거라서
우리과의 경우에는 3종류의 장학금을 각각 한명씩, 3명만이 받게 되는 셈이지요.
어제 네이트에서 같은 과 친구가 할 말이 있다고 쪽지를 보냈다가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연락을 미루었습니다.
저는 쓸데없는 고백 따위를 생각했지만(니가 미쳤구나) 이내-_- 현실로 돌아오고-_-..
오늘 연락이 다시 왔는데 자기가 장학금을 받았는데 저랑 성적이 거의 같다는 연유로
행정상으로는 1명에게 내려온 장학금을 저에게도 반을 나눠주라는 지령이 떨어졌답니다.
사실 그녀에게 그 장학금이 갔다니 '성적이 거의 같다'는 사실마저
'그녀가 아주 조금 더 잘했다'로 해석되어서 조금 기분이 언짢았지만
저보다 잘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인정해야 하니까요.
어쨌든 받았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기뻤습니다.
계좌번호를 부르라는 그녀의 말에 저는 집에는 일단 말하지 않기로 작정했습니다. -_-;;
장학금이 안나왔다고 집에서 무어라 하더라도... (떼먹는 고다 ㅋㅋ... 퍽;)
둘째는 할아버지와 드디어 화해했습니다. 조금 그 방법이 좋지 않긴 했지만..
할아버지가 원래 장난이 심한 편이셔서 평상시에는 장난을 꽤나 치십니다;
하지만 그 일 이후로 조금 서먹해져 있었는데, 오늘 결국 그게 터져버렸지요.
장학금이 나오지 않은 걸로 저에게 꼴찌 어쩌고 장난을 치시니
울화가 터져서 마구 화를 냈죠. 저도 참 빌어먹을 못된 불효자입니다.
결국 감정에 복받쳐 비굴하게 종전의 책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할아버지는 그 사건에 대해 일절 미안하단 말이 없으셨다고,
그래서 무척 속상했다고 쏘아붙였더니
자신도 그것에 대해 많이 속상해 있었다고,
그 뒤로 며칠간 쓰레기 수거하는 아저씨들을 찾아다니면서
그 책에 대한 행방을 여쭤보며 당신께서 도로 사가겠다고 사정하셨다는군요.
그러나 아저씨들은 '그런 책 주운 적 없다'고 하셨다는군요.
물론 수거당하기 전에 누군가 가져갔음이 뻔하지만..
왠지 '좋은생각'에 실릴법한 사연이
제 앞에 일어나게 되고보니 저도 마음이 좋지않더군요.
그래서 '할아버지의 미안하단 말을 듣기 전까지는
할아버지의 장난을 받아주지 않으려고 했다'고 고백했습니다.
...서로의 감정표현에 서투르긴 했지만 좋은 결말이 나서 다행입니다.
저도 이제 거기에 대한 속상함은 떨쳐낼거고요.
마지막은 학교에서 걸려온 전화였습니다.
조교쌤에게 온 전화였는데 이번 학기부터 각 교수님마다 자신의 일을 도와줄
한명의 어시(조교라고, 비서라고, 조수라고 할수도 없고;)를 뽑는다고 하셨습니다.
그 중 한 교수님께서 저를 선택하셨다더군요.
제가 예상했던 교수님이 아닌 조금 의외의 교수님이라 놀랐습니다;;
딱 이번에 한번 수업을 들었는데 B+밖에 주지 않으셨던 분이셨거든요.
혹 스승의 날 (강제) 편지쓰기 이벤트 때 그 교수님께 편지를 쓴게 화근(?)인지도.. 꽥
사실 일 자체는 대단할 것 없지만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선택받았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쁘더군요.
잠수의 가사처럼 '아아- 살아있다는 느낌'.
보람찬 2학기를 보내기 위해서
알바라도 해야하는 것 아닌가 걱정하면서도 망설이기만 했는데
마침 좋은 알바자리가 생겼군요. 2학기가 워낙 바쁜지라 피터질 걸 각오해야겠습죠 ㅡ,.ㅡ;;
그래서 저는 기꺼이 하겠다고 무턱대고 말씀드렸습니다.
나중에 '힘들다' 따위의 글을 여기다가 쓸지 걱정됩니다만 -_-a
지금은 마냥 기쁘네요. ^^
부럽군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