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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 U 돔 투어 때 쿠루미를 색다르게 불러주었을 때만 하더라도
쿠루미의 또다른 버전이 음원화되어 나오리라는 상상은 해본 적 없었지만,
막상 시루시의 싱글 트랙리스트가 발표되었을 때
쿠루미가 실린다는 소식을 접하고서 나는 I ♥ U 돔 투어의 쿠루미를 떠올렸다.

곡이 리어레인지 된다면 아무래도 사쿠라이의 보컬을 보다 강조한
어쿠스틱 버전이 만들어지리란 예상을 하고서.

싱글이 정식 발표되고 예상은 적중했지만
나는 이상하리만치 시루시 싱글을 듣지 않았다.
(사실 새로운 쿠루미에 대해서 크게 기대된 적도 없었다.
돔 투어 때도 내가 감명을 받은 부분은 딴 곳에 있었으니.)

의식을 하고 있던 건 아니었지만 생각해보면
시루시 싱글은 특히나 사쿠라이의 1인체제를 두드러지게 하는 콘셉트였다.
재킷부터 사쿠라이 혼자, 공개된 PV도 사쿠라이 혼자,
그리고 커플링으로 실린 쿠루미도 따지고 보면 사쿠라이 혼자가 아니던가.

내가 멤버 중에서 사쿠라이만을 편애하는 건 사실이지만
Mr.Children이 없는 사쿠라이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
라이브만 하더라도 사쿠라이의 번외활동인 Bank Band를 더욱 좋아라 한다지만
그 모든 탈선은 사쿠라이가 Mr.Children이라는 보험에
가입되어 있다는 전제 하에서 우러나오는 믿음감이다.
(보험이란 표현은 멤버들을 폄하하는 뜻이 아님을 미리 밝혀둔다)

얼마전 장기간의 여행을 위하여 딕플 속의 mp3를 정리할 때 문득 시루시 생각이 났다.
하지만 시루시는 이미 오랜 기간 홍보를 거치는 동안 지겹도록 들어왔고,
히비키는 무한 리피트하기엔 적당한 곡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결국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나는 'くるみ - for the Film - 幸福な食卓'를 넣어두었다.

쿠루미. 우리나라에서 Mr.Children을 설명해주는
가장 유명한 곡이지만 그만큼 골수팬들 사이에서는 알게 모르게
'과잉대우'를 받는다는 이유로 외면을 받고 있는 곡이기도 하다.


나도 그러한 영향을 많이 받아서
'미스터칠드런을 처음 알게 된 곡'을 테노히라라고 하지 구태여 쿠루미라고 하지는 않는다.
솔직히 100% 거짓말은 아니다. 나의 경우에는 PV를 통해 미스치루를 알게 된 경위가 아니라
일음에 본격적으로 버닝하기 시작했던 그 당시 위클리 1위를 차지한
테노히라/쿠루미 싱글을 통째로 받아서 듣게 된 것이 계기였다.
(결정적인 증거로 뒤늦게 쿠루미 PV를 접하였을 때 본인은 별로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가사를 모르는 상태에서 그들의 음악을 처음들었을 때
테노히라의 하드한 음색보다는 쿠루미의 편안한 대중성이 더 가깝게 느껴졌단 진실은,
마치 스스로를 속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나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내가 최초로 감동을 받았던 쪽은 테노히라가 아니라 쿠루미였으니까.

시간의 흐를수록 나의 유별난 성격은 쿠루미를 배척하게 만들었고,
지금도 그 흔적은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클럽박스에 테노히라/쿠루미 싱글을 올리지 않았던 이유도.
그 싱글만 받아갈 바엔 시후쿠노오토 앨범 전체를 받아가라던 애교도.
거기에서부터 비롯되었다.

그러한 과거의 감정을 품에 안은 채, 잠들기 전
방 안의 불을 끄고 누워서 이어폰을 꽂은 채 쿠루미를 듣기 시작했다.

쿠루미의 진위를 설명하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니 생략하겠다.
내가 설명하고픈 것은 3분 3초부터 시작되는
피아노 반주와 살짝 가미된 실로폰 소리. 그리고 이어지는 하모니카 소리.

가슴을 찢는듯한 멜로디. 이 이상 딱히 무어라고 설명해야 좋을지.
'원곡에서는 어땠더라?'라고 기억을 추스려 보지만 도통 생각나지 않는다.
어쩌면 오리지널 버전에서도 똑같은 세션의 선율이 흘러나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원곡을 얼마나 외면해오고 있었기에 음색조차 떠오르지 않는 것일까.
하지만 중요한 것은 원곡과 얼마나 같냐 다르냐는 사실이 아니라,
원곡이 있기에 마음놓고 감동을 받고 욕하고 용서를 빌고 슬퍼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Mr.Children을 사랑하는 한 팬의 입장으로서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물이 오를대로 오른 러브송의 진수를 보여준 시루시도,
밴드의 특성을 팍 죽여버린 새로운 쿠루미도 결국은 사쿠라이의 1인체제를
어쩔 수 없이 '용납하게 만드는' 또다른 계기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만약에 테노히라의 쿠루미가 존재하지 않고, 시루시의 쿠루미만이 존재한다면
나는 결코 이 곡에 대해 지금과 같은 감동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내가 피아노의 선율에 감동할 수 있는 이유는 원곡을 알고 있기 때문이요,
사쿠라이의 보컬이 원곡보다 조금 느끼하게 들림에도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이 곡이 Mr.Children이라는 이름을 걸고 나온 소중한 곡이기 때문이다.

원곡이 있기에 더욱 아름답게 빛나는 'くるみ - for the Film - 幸福な食卓'.
반대로 말하면 원곡이 없이는 아름답게 빛날 수 없는 곡이기도 하다. 적어도 내게 있어서는.

- Written by Re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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