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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Mr.Children을 좋아하는 이유.

김형태 2003.12.12 02:43 조회 수 : 561

내가 Mr.Children을 좋아하는 이유.

오늘 어느 모임에서 모님이 나에게 도대체 왜 미스터 칠드런을 좋아하는
거냐고 물어왔다. 무언가 가슴속에서 많은 말이 서로 먼저 나오려고 뒤엉키고
있을 때, 너무 거창하게는 아니고 그냥 간단하게 왜인지 말해달라고 하셔서,
나는 찰나였지만 나름대로 깊고 깊게 생각한 결론을 말씀드렸다. 나와 가치
관이 맞기 때문에라고 말이다.

그렇다, 미스터 칠드런 - 줄여서 미스칠은 나와 가치관이 맞는 음악을 하는
락밴드이다. 아니 실은 조금 다르다. 미스칠의 음악은 지금의 내 가치관과
인생관이 만들어지는데 거의 중심적인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
나 가치관이나 인생관이 있게 마련이다. 그것이 거창할 수도 소박할 수도
멋진 것일 수도 터무니 없는 것일 수도 있다. 굳이 인생관이라고 말하지 않
고 그냥 인생의 목표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나는 다수의 사람들이 인생의
목표를 보통은 '행복하고 즐겁게 살자'로 삼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사실
그렇지 않은가? 행복하게 즐겁게 멋지게 정신적으로 또는 금전적으로 풍요
롭게 사는 게 목표인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
여기서 나와 보통 사람들과의 차이가 시작된다. 나는 빠를 수도 있고 늦을
수도 있지만, 중2 때에 내 인생의 목표를 어렴풋이 깨닫기 시작했다. 그리고
고2 때 그 목표, 내 인생의 가치관을 확실하게 몸으로 체험하고서는 모든
것을 때려치고 - 즉 공부를 때려치고 그 하나를 위해 지금까지 살아 왔다.

그것은 영화였지만, 작품 창작이라고 하는 것이 옳을 것 같다. 나는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구분하지 않았었고, 또 지금은 만화, 애니메이션, 소설 일을
하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행복하거나 즐겁다는 것을
전혀, 거짓없이 눈꼽만큼도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작품 창작만 생각했었다.
중2 때니까 결국 인생을 알기 시작한 사춘기 이후부터 내 인생이 그러했다
는 얘기일 것이다. 그런데 여러가지 이유로 창작은 커녕 좌절만 겪게 되었
다. 나는 나름대로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고 또 주위에서 얘기도 들었건만,
이상하게도 일이 꼭 꼬여서 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었다. 그러다 군대를 다
녀오고 일어학원에서 만난 어느 연상의 여자에게서 인생을 깨닫게 되었다.
그 여자를 사랑하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그 여자를 만
나면서 너무나 충격적이었던 것은, 보통의 사람들은 '행복'하기 위해 살아
간다는 점이었다. 나는 내 자신이 행복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작품 창작
과 감상을 할 때 행복해 마지 않았었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건 착각
이었던 것이었다. 나는 행복 그 자체를 한번도 느껴본 적이 없었던 것 뿐
이었다.

- "벤, 너는 고독하지 않니?"하고 누가 묻는다면 "고독하다니, 그게 뭔대?
"하고 의아한 눈으로 반문했으리라. 태어나면서부터 앞을 보지 못하는 아
이는 다른 사람이 일깨워주기 전에는 자신의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조차
모르는 법이다 - 스티븐 킹의 'IT'중에서

나도 그때까지 행복하다고 느꼈던 시기가 두번 있었는데, 그때를 지나게
되면서 내가 전혀 행복이라는 개념을 모르고 있다는 것을 느껴 버렸었다.
그리고 당시 위의 스티븐 킹의 소설을 읽고서 나 자신을 발견하고는 너무
실망한 나머지 크게 마음이 상했었다. 살아는 왔지만 생활해 본 적은 없는
내가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그러나 제아무리 연출에
대한 재능이 있어도 그림을 그리지 못하면 밥벌이하는 것도 불가능한 한국
의 애니메이션계에서 퇴출당하다시피 한 나에게는, 방황하고 있을 여유따
위는 없었다. 나는 변신을 위해서 그동안의 피나는 노력이 우스워질 만큼
노력을 했다. 그전까지 그 어떠한 소설도 시나리오도 수필도 써 본 적 없
는 나는, 3년 후에 같은 작가들 사이에서도 글 잘 쓴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예전에 그 일어학원 다닐 때에 일본여자선생에게 선물 받았던 음악테이프
가 있었다. 그냥 인기있는 일본노래를 막 녹음해 놓은 그 테이프에는, 중
간에 좀 듣기 어려운 노래가 하나 끼어 있었다. 좋고 싫음이 너무 분명한
나는 음악을 들을 때 좋아하는 건 수십번이고 돌려서 듣고 - 테이프가 늘
어지건 말건 - 싫어하는 건 돌려서 건너뛰어 버리고는 했다. 귀찮아서 그
노래를 건너뛰지 않고 그냥 듣고 지나버리는 게 몇 번쯤 반복했는지는 모
르겠다. 언제부터인가 그 노래가 이상하게도 내 귓가에 계속 머물기 시작
한 것이다. 정말 이상했다. 그러고 보니 그 노래는 내가 그때까지 가장 좋
아하던 비틀즈랑 많이 닮았다는 걸 깨달았다. 뭐랄까, 굳이 비교하자면
The Long and Winding Road랑 비교할 수 있겠다. 차분하면서도 진지하게
시작하는 분위기가 그러했고 관현악 편곡이 그러했고 점차 고조되어 마지
막에 감동적으로 끝나는 맺음이 그랬다. 막상 깨닫고나니 경쾌한 팝송 속
에 묻혀서 그동안 그 노래를 멀리 했던 것이었다. 비틀즈는 결코 가사를
모르고서는 50% 이상 감상했다고는 볼 수 없다는 굳은 생각을 갖고 있는
나는, 당장 그 노래의 가사를 찾아 보았다. 이름 자체가 역설적인 의미를
가진 '미스터 칠드런'이라는 그룹의 'es'라는 곡이었다. 그리고 프린트한
가사를 읽으며 노래를 들으며 밤새도록 눈물을 흘렸고, 그 한해는 그 곡
때문에 돈 한푼 못 받는 애니메이션 기획사 일을 버텨나갈 수 있었다.

그러니까 그 es라는 곡을 거의 3년의 습작 기간 동안 들었던 셈이 되는 것
이겠다. 일어학원에서 처음 알고서, 내 인생에 대한 실망 후, 그후 3년 동
안 말이다. 따지자면 1년 정도 그 곡을 들었다. 다음의 2년은 음악을 전혀
듣지 못 했다. 다른 작가들도 비슷하지만, 나는 글을 쓸 때 정신이 혼란되
서 절대 음악을 듣지 못 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2000년. 친구를 따라 용
산에 가서, 가판대에 놓여진 일본음악 복제시디들 틈새에서, 너무나도 우
연하게 나는 미스터 칠드런의 라이브 실황 시디를 보게 된다. 그것은 곧
나에게 나만의 예수님을 만나게 된 순간이 아니었을까. 미스칠의 대표곡이
거의 다 수록된 그 시디를, 가사를 하나하나 읽어가며 음악을 들으면서,
2000년의 시작과 함께 내 인생이 새롭게 시작됨을 느꼈다. 미스칠의 음악
에는 내 인생의 아픔, 아니 그냥 내 인생 그 자체가 그려져 있었으며 또한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아가면 되는지에 대한 비전이 담겨져 있었다.

이렇게까지 얘기하자면 미스칠의 음악이 엄청나게 대단한 것으로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미스칠의 음악은 그렇게 대단하지도 거창하지도 않다. 그
러나 이런 점은 있다. 그전까지의 나의 베스트 음악, 아니 내 인생속에서
손꼽히는 작품으로는 단연 비틀즈를 꼽을 수 있었다.  특히 서전 페퍼의
론리 하트 클럽 밴드 앨범만큼은 인생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 해 왔었다. 그런데 비틀즈가 내게 과연 무엇을 해 주었을까. 나는 비
틀즈를 들으며 인생의 아픔과 진실을 대면하고 감동하거나 눈물지었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비틀즈의 She's Leaving Home을 듣고 그렇게 감동을
했었지만 결국 나도 마음속으로 영원히 가출을 해 버렸을 뿐이었다. 그러나
미스칠은 다르다. 미스칠은 어떻게 말하면 Let It Be와 같다. 하지만 렛잇비
가사의 '그대로 운명에 맡겨 두어라'는 성모 마리아의 말씀은, 정말 힘들때
는 쓴 웃음만 나올 수도 있는 그런 음악이라고도 생각한다. 그 점에서
미스터 칠드런은 나에게 다른 무엇을 전해 주었다. 미스칠은 결코 회피하
거나 뒤를 돌아보지 않고, 어떻게 보면 무모할 정도로 앞으로 전진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미스칠은 그렇게 실천해 왔다. 그들의 음악에서 거창한 음
악성을 발견할 수는 없을지 모르나, 미스칠은 인생의 진실 앞에 한 걸음씩
나아가는 음악을 들려준다.

그래서 나에게 미스터 칠드런은 종교와도 같다. 하지만 나는 미스칠의 리
더 사쿠라이 카즈토시를 신격화도 영웅화도 하지 않겠다. 그는 분명히 성
공한 아니 대성공한 대중가수이지만, 인생의 무게에 좌절한 사람들을 위
해 고음처리가 잘 안되는 그 목소리를 쥐어짜내며 영혼으로 노래 부른다.
그는 신도 영웅도 아니지만, 불패불굴이다. 미스터 칠드런은 나에게, 그
리고 그들의 추종자들에게 스타가 아니라 인생의 동반자이다.

왠지 거창하게 써 봤지만, 결국은 우리 모두 열심히 살자라는 내용이지, 노래 감상 게시판과는 조금 빗나가는 듯 싶군요-.-; 어쨌든 내일도 기사회생해서 레볼루션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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