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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쾌함

snowcat 2004.08.09 12:10 조회 수 : 139


비가 올 듯 말 듯 구름만 잔뜩 끼고 끈적거리기만 하네요.
그리 더위를 잘 타는 편은 아닌지라 이런 날도 잘 보내는 편이지만
오늘은, 몸에서 소름이 돋을 정도로 심하게 불쾌하군요.

게시판에 올려져 있는 락 페스티벌 후기를 읽어보았어요.
다들 나름대로 즐거우셨던 것 같군요.
음, 저도 즐거웠죠. 적어도 공연 도중엔.
그런데, 그날의 제 기분과 온갖 사정이 맞물려서 결국엔 최악이 되고 말았어요.

부모님께선, 다른 땐 부산에 가도 아무 말씀 안하셨는데,
왜 하필 그 날에 그렇게 딴지를 거셨는지.
왜 그 날 어딜 가시게 되셨는지.
왜 사람들을 만나지 못했는지.
왜 가방을 큰 걸 들고 왔는지.
왜 가방을 잃어버릴 뻔 했는지.
왜 중간에 나오라고 하셨는지.
...늘어 놓다간 끝이 없겠네요.

집에서 조금만 일찍 나왔더라면 먼발치에서나마 범프 분들 볼 수 있었을텐데.
[적어도 좀 더 좋은 자리 잡을 수 있었는데.]
가방 아무데나 놓아두지 않았다면 그거 찾느라고 시간 낭비하지 않았을텐데.
[애초부터 작은 걸로 들고 나왔다면 잃어버리지도 않았을걸.]
어디 가지만 않으셨다면 공연 도중에 나오는 일은 없었을텐데.
[안 그래도 따라가기 싫은데 주말마다 데리고 가시면서.]
...이거 완전 화풀이잖아.

그 멋진 공연을, 그것도 리허설부터 전부 다 봤으면서 화풀이 하면 안되는데...
[그치만... 다 보지도 못했고... 결국엔 기분만 상해 버렸잖아.]
그건 순전히 니가 잘못해서잖아...

한동안 범프 노래는 못 들을 것 같아요.
노래 들을 때마다 말이죠, 그 멋진 라이브 장면이 막 떠오르면서
왜 좀 더 잘 준비하지 못했는지, 왜 마지막에 최악인 기분이 되었는지
계속 자책하게 된다니까요.
아무래도 제 정신이 아닌 모양이에요.
여러 가지 사정이 얽힌 걸 범프 분들께 화풀이하고 있는 거잖아요...

...정말 최악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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