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간의 시험 중 첫째날을 아슬아슬 보내고
집에 와서 공부한답시고 컴퓨터 켜 놓은채 뒹굴거리고 있었는데
동생이 달려와서 외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고 말했습니다.
분명히 몇 초 전까지는 여기 정모글을 보면서 웃고 있었는데
순간 웃음기가 싹 가셔버렸습니다.
원체 건강하신 분이었지만
얼마 전에 쓰러지셔서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고 계셨던터라
부모님도, 저도 어느정도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죽음은 예고 없는 갑작스러운 것이군요.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은
전혀 울고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겁니다.
아무리 외가 식구라 해도
활기차시고, 재밌으시고, 저를 많이 아껴 주셨던 분이 돌아가셨는데
눈물 한 방울 나오지 않는다는 건 제가 좀 이상해 졌단 걸까요?
지금쯤 부모님께서는, 어머니께서는 많이 슬퍼하고 계실 것이 분명한데.
어머니께서는 며칠전부터 외할아버지 곁에서 병간호를 하고 계셨고
아버지께서도 휴가를 내시고 외가로 가셨으니까 지금쯤 장례식장에 도착하셨을거고
그 식장은 통곡 소리와 흐느낌, 슬픔으로 가득 찼을텐데.
게다가 전
몇 주 전 병문안 가자는 부모님의 권유에도
시험 준비한다는 핑계로 거절했으니
하다못해 죄책감이라도 들어야 할텐데.
사람은 보지 않으면 마음까지 멀어지나 봅니다.
만약 제가 그 때 병문안을 갔었다면
지금 진심으로 슬퍼하고 있을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지금 제 마음 속에는
시험 때가 되어도 제겐 그다지 관심조차 없는
식구들에 대한 서운함만이 담겨있습니다.
...
하지만 후에 외가를 찾게 되었을 때
갑자기 눈물이 밀려오게 될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