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도 이미 경기를 보셨겠지요.
한국은 숙적 일본을 꺾고 올림픽 결승에 진출했습니다.
이승엽이란 선수는 정말 대단합니다.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가장 멋지게 빛나는 사람이네요.
8회 말, 2:2, 원아웃 주자 일루
투수는 올림픽 3경기 0승 2패 0세이브, 방어율 10.39의 이와세 히토키.
타자는 25타수 3안타, 타율 1할2푼, 오늘 3타수 무안타를 기록 중인 이승엽.
생각해보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최고의 승부처에 가장 컨디션이 나쁜 투수와 타자가 만났습니다.
그것은 그들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이와세에 대한 호시노의 믿음. 이승엽을 향한 김경문의 신뢰.
아마 동의하실 겁니다.
이 경기에 이와세를 등판시킨 것과 이승엽을 선발명단에 올린 것은
결과론 같은 것으로 변명할 수 없을 만큼
상식적으로, 객관적으로, 절대적으로 옳지 않은 판단입니다.
(물론 성공한 맹신은 언론의 찬사를 받기 마련이지요. 신뢰의, 뚝심의 OO.)
저는 이승엽이 홈런을 날린 장면보다 그 두 선수가 마주한 순간이 더 찡했습니다.
곧 부딪혀 하나는 깨어질 수밖에 없는, 맹목적이고 비상식적인 믿음 둘.
아시다시피 깨어진 것은 이와세였습니다. 아니, 호시노였지요.
이승엽이 받아친 다섯 번째 공은 거짓말처럼 펜스를 넘었습니다.
그는 정말이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홈런이라는 최고의 결과로 드라마틱하게 승리했습니다.
벅차오르는 기쁨 속에, 한순간이지만 휑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김경문과 이승엽보다는 호시노와 이와세의 그것이 더욱 두터웠다는 것을 알기에.
경기 후에 이승엽과 이와세 두 선수 모두 눈물을 보였다고 합니다.
어쨌거나 참으로 기쁜 승리입니다.
아직 한 경기가 더 남아있지요.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한껏 박수를 보낼 생각입니다.
우리 선수들은 정말 자랑스럽고 훌륭했으니까요.
이래서 야구를 좋아할 수밖에 없나 봅니다.
A씨도 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