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랜만에 글을 쓰는 레리입니다.
저는 얼마 전 4년 반의 고향 생활을 접고 대학 시절을 보냈던 춘천으로 다시 올라왔습니다.
교사가 된 초반에는 학교의 주역이 될 수 없었던 저의 처지에(특성화고에서는 비주류에 해당하는 영어교사였거든요)
절치부심의 마음으로 어떻게든 고향을 벗어나 춘천으로 올 생각만으로 가득했었는데,
해가 지나면서 그런 마음이 현실의 익숙함에 무뎌져 갔더랍니다.
그래도 '어떻게든 춘천에는 온다'는 텍스트만은 또렷하게 남아있어서,
이번에 기어코 그 목적을 달성하기는 했습니다만... 막상 와 보니 잘 모르겠습니다.
한 마디로 정리하기에는 너무 많은 감정들이 생략되겠지만,
지나고 보니 추억으로 미화되어 그립던 것이 그때와는 다른 입장에서 겪어보니 그닥... 이라고 해야 할까요.
외롭고 고독하다는 감정은 동일하지만, 학생으로서의 인생에 충실해야 하는 의무감과
직업인으로서의 그것은 무게의 차이가 너무 큰 것 같습니다. 마음의 여유가 너무 없어서 도시 생활을 즐기고 할 것도 없어요.
11년전, 미스터칠드런을 한참 알아가던 대학교 1학년생이었던 저는
그 당시 11년 전 앨범인 아토믹 하트 앨범을 참 열심히 들었습니다.
특히 그 촌스러움에 오히려 끌렸던 '라운드 어바웃'에 많은 의미부여를 했던 것 같습니다.
혼자서 고독하게 거리를 헤매는 제 모습이 가사의 내용가 일치한다고 느꼈거든요.
춘천에 다시 온 이후로 그 때의 기분을 느껴보고자 아토믹 하트 앨범을 위시한 여러 곡을 들어봤지만,
그때의 감정을 충분히 느낄 수는 없습니다. 몸은 똑같이 춘천에 있지만 11년이 지나면서 저를 둘러싼 많은 상황이 변했거든요.
차가 있는 지금은 왜 이렇게 외출하는 게 부담스러운지 모르겠습니다.
시골에 있을 때는 장을 보거나 주유를 하거나 세차를 하거나 뭐든 3km 반경 안에서 여유롭게 해결이 가능했는데,
길눈이 어두운데다 준 히키코모리이기까지한 저는 그 모든 게 두렵게 느껴지네요. 바보같은 일입니다.
글을 마치면 차를 두고서 산책이라도 할까 생각 중입니다. 오늘의 목표는 근처에 있는 세탁소 위치 확인하기입니다.
그럼 이만 줄입니다. 미스터칠드런과 춘천과 함께했던 20대 초반을 지나, 30대에는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30대에도 미스터칠드런의 음악이 함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문득 원더풀의 오래 전 시절이 아련하네요.
모두들 잘 지내시길 바랍니다.
2016.09.11 23:16
2016.09.12 20:27
형이 느끼는 경외심은, 나 역시 마찬가지야. 환경에 굴하지 않고 마음 내키는 대로 살아가는 것 같아 보이니까. 물론 형도 나름대로의 인생의 철학과 고민이 있다는 걸 알지만 ^^; 내가 볼 땐 형은 옛날부터 자유인이라는 이미지가 강해서 ㅎㅎㅎ
나는 고독에 대해서라면 혼자가 편해서지만, 그런 나이더라도 이따금씩 외롭고 누군가가 그리울 때가 있어. 닥치고 일만 해야 하는 요즘이라 힘들어서 어제는 그게 좀 심했었나봐.
고독하고 힘들수록 잘 챙길게. 형도 잘 지내~
2016.09.19 20:46
2016.09.21 23:30
네. 신구의 조화라고 해야 할지.. 2016년에 맞는 새로운 느낌으로 다시금 리플렉션 앨범을 정취해야 할 것 같습니다. 댓글 고마워요! ^^
2017.03.24 18:03
저도 엄청 오랜만에 들어왔는데 형이 계시네요. 춘천에서 뵀던 추억이..ㅎ
연락안한지 오래되서 어떻게 지내나 몰랐는데 춘천 올라왔구먼~
나는 고독하게 보이는 사람들을 보면 궁금한점이 많아.(혹은 익숙해 보이는) 그게 어떻게 다가오는지 말이야.
단어 뜻 그대로 고독한건지, 아니면 혼자가 편해서 자연스러운 느낌인지. 혹은 다른 무언가 있던지.
조용조용하게 사는 사람들 보면 그래도 편하게 말섞는 사람들이랑은 잘 지내던데.
나는 혼자 있는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계절이 변할때마다 호로몬의 영향인지 감정 기복이 생기거덩~
그래서 가급적 그런 느낌이 나한테는 쫌 안왔으면 싶다ㅋㅋ
고독을 즐기기도 하고 그로인해 강해진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난 끔찍이 싫다 ㅋㅋ
그래서 나랑 다른 성향을 지닌 사람들(조용하고 사회생활 FM으로 무난하게 하는) 볼 때마다 경외심이 든다ㅋ
어쨌든 춘천에서 드라이브도 하고 학생들도 가르치고 세탁소도 찾아보고 썩 나쁜거 같진 않네.
난 즐겁게 사는 방법을 찾고 있지만 아직은 서툴은게 많고 잘 모르겠다ㅋ.ㅋ
바닥에 돌맹이만 굴러가도 빵 터지곤 했는데 요즘은 많이 웃을일이 없네ㅋㅋ
아직은 젊은 나이지만 그래도 미리미리 건강 챙기고ㅋㅋ~
난 몸이 힘들면 마음까지 울적해지더라~
잘 챙겨먹고~ 건강하시게나. 아프면 누구도 안 알아준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