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인가 한국에서, 가장 좋아하는 화가인 샤갈전이 열렸었다.
하지만 입대후의 일이라 갈 수가 없었다.
너무 슬펐다.
시간이 지나고
그저, 아니 매우 작은 기억에 불과했던 그 슬픔을
다시 되새김질 시켜줄 샤갈전이
지난주부터 우에노 모리미술관에서 열렸다.
수요일
방문을 해서
전시장을 3바퀴 돌았다.
해서는 안될 짓인줄 알면서도...너무 좋아서...
마지막에는 역시나 기념품을 팔고 있었다.
큰맘먹고 액자에 든 그림을 사고 싶었다.
마음에 든건 51만엔 이었다.
이런 수정과의 잣같은 경우가 있나 싶었다.
그래서 157엔짜리 포스트카드 6장을 구입했다.
1000엔을 넘기고 싶지 않다는 나의 개념이
6보다는 7이 더 나을거란 통념을 짓누르는 순간이었다.
어쨌든...
그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샤갈의 그림을 보고 있으니 커피가 생각 났다.
맛있는 커피.
(된장남은 아니다. 내가 마시는 가장 비싼 커피는 120엔짜리 자판기 캔커피다.)
감상 후
커피를 생각하며 우에노 공원을 거닐었다.
지방에서 올라온 교복입은 아이들의 장난기어린 모습이 좋았다.
저 멀리에는 뭉실뭉실 새하얀 무엇인가가 사뿐사뿐 내리고 있었다.
아름다웠다.
이 시기에 벛꽃일리는 없고...
궁금하고 또 신기했다.
점차 그 뭉실뭉실한 무엇인가에 다가가고 있을때즈음
사람들이 모두들 나무 위를 쳐다보고 있을때즈음
그것이 누군가의 깃털임을 알았을때즈음
까마귀가 맛있는 식사를 하고있을때즈음
비둘기가 서서희 죽어가고있을때즈음
...
색체의 마술을 느낀 미술관에서의 즐거웠던 기억과
그로 인해 갑자기 마시고싶던 커피의 맛과 향기가
나의 좌뇌에서
우뇌를 통해
오른쪽 귓구멍으로
소리없이 증발되었다.
아키하바라까지 걸어갈 작정으로
아메요코 시장으로 진입하여 걷다,
너무도 우연히
친구 두명을 만났다.
아키하바라라는 목표또한 증발되고
자연스레 그녀들의 쇼핑에 나도 합류했다.
그러던중
외놈들에게서 (친분의 표현)
술마시러 신쥬쿠 히가시구찌로 나오라는
핸드폰 이메일이왔다.
그곳으로 향했다.
알타 앞에서 담배를 피는 5명의 외놈들사이에
대하민국대표로 합류했다.
오후 5시였다.
간단히 마실 생각이었지만
기분좋게 이야기하던 그때는
새벽 3시
우리집 거실이었다.
집에서 컴퓨터만 하는 하루는 참 길다.
하지만
무슨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오프라인의 세계는 더 길다.
아니
길고 짧은건
별로 상관이 없다.
어느게 더 행복한 삶인지
그런걸 굳이 길이를 젤 필요도 없다.
다만,
슬프던
기쁘던
행복하던
불행하던
그러한 감정들을
단어가 아닌
내 마음으로 느낄수 있는
아니
느낄수 있었던
그런 수요일이
또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