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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7월 19일 용산 피시방에서 쓴 일기 中

레리 2008.07.19 21:49 조회 수 : 609 추천:6

나름대로의 작별인사...가 될 것 같습니다.
은퇴 내지는 탈퇴라고는 표현하지 않겠습니다. '만약'이라는 게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 '만약'이 생기지 않는 한... 메신저 외의 공간에서 레리를 만나기는 어려울지도 모르겠네요.

Preface)

-

시시각각 무분별하게 뿜어져 나오는

감정들의 순차정리는 완벽주의의 집착이 빚어내는

고통스런 배설에 지나지 않아.



적당히 절제하는 모습을 보이는 미덕을 보일 때만이

진정한 글쓰기의 면모라고 할 수 있는거지.



Main Contents)

-

어제 아침, 서울로 가기 위해 집을 떠나려고 하는 찰나

아버지와의 사소한 마찰이 있었다.



'(전략)...내가 봤을 때 너는 아직도

생활패턴이 크게 변한 것 없이 비슷해.

언제나 환상만을 쫓아 다니려고 하지.'



'.......'



'현실을 직시해. 요즘 애들이 얼마나 영악한데.

너가 어차피 영어교육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면...'



'.......'



'그리고 얘기할 때 뒤돌아서서 딴짓하지 마라.

아버지가 앞에서 얘기하는데... 그러는 게 다

네가 너 자신에 대해 자신감이 없다는 거야.'



'(마지못해 뒤돌아 서는)'



'비록 네가 옛날에 비하면 많이 변했지만, 아직은 멀었다.'



짧은 침묵.



'지금 나에게 하고 싶은 얘기, 없는거냐?'



'...지금은 아닌 것 같아.'



'그래...'



아버지는 나를 차로 역 앞까지 데려다 주셨다.



'잘 다녀와라. 술 많이 마시지 말고.'



'나 술 싫어하잖아. 갈게.'



기차에 올라탄 나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감싸쥐었다.

기분이 나빴다. 일방적으로 모욕을 당한 것 같았다.

나는 씩씩대며 한동안 마음 속으로

아버지의 '정당성'에 대해서 온갖 트집을 잡아댔다.

아버지는 뭐... 뭐 그렇게 잘나셨다고 그러세요.

아버지도 그렇게 저에게 큰 소리 하실 입장이 아니잖아요?



하지만 진짜 문제는 아버지의 논리를 도덕적으로 따졌을 때

틀린 말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반격의 여지가 없어 보였다.

한마디로 핑계는 있지만 도덕적으로는 떳떳하지 못했다.



...휴가잖아요. 민간인의 평범한 휴일이 아니란 말이에요.

아버지는 내가 휴가만 나왔다 하면

매일 컴퓨터만 하고 앉아있고

기껏 놀러나간다는 게 항상 서울로 가려고 하고,

영교과가 팝송은 안 듣고 일본음악만 듣는 게 불만이신거죠.



저도 이런 내가 한심스럽다는 거 알고 있어요.

하지만 휴가잖아요.

내가 진심으로 하고 싶은 걸 하고 싶단 말이에요.



컴퓨터만 하루종일 하고 있는 건

내가 그동안 미뤄둔, 쓰고 싶은 글이 너무 많아서이고

(아시잖아요. 내가 얼마나 글쓰기에 목을 메고 사는지.)

내가 서울 외의 다른 곳에는 놀러가지 않는 건

고향 친구들을 만나려니까 다들 술타령만 해서 그런 거에요.

난 정말 술이 싫은데, 친구들은 제게 항상 술자리를 요구하죠.

그게 싫어요.



같이 술을 마시고 있노라면 과거의 향수에 빠져

내가 자라온 이 곳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침체된, 갇혀있는 기분이 들어요.

그렇다고 서울에서는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건 아니지만...

(여기서 약간의 모순이 일어나면서 떳떳해지지 못하게 된다.)



일본음악에 대해서는...

꼭 취미가 직업이랑 관련있어야 하나요? 관련없으면 안되나요?

만약 제가 팝송은 안 듣고 가요만 들었다면

그 때도 비난하셨을 건가요?



제게 음악은 다 똑같아요. 그냥 제 삶의 일부에요.

단지 일본음악이 그 중에서 제 기호에 더 잘 맞는 것일 뿐이고요.

그리고 전 팝송도 듣고, 가요도 들어요.

일본음악만 듣는게 아니라고요.



슬펐다.

눈물샘이 조금 아려왔지만, 참았다.



아버지의 말이 맞다.

난...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확실한 일정도 숙소도 없이

무엇을 위해서, 누구를 위하여, 이렇게.



환상.

분명 아버지가 말했던 나의 환상은

컴퓨터, 서울, 일본음악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 중에서 서울이라는 환상.



2005년 겨울 무렵에 우울증 치료라는 명목으로 시작했던,

그러나 이미 오래 전에 끝나버린 환상.

나는 그 환상을 아직도 쫓고 있는 건가.



(부연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여기서의 환상이란 나와 같은 관심사를 공유한,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을 찾아나서면서부터 비롯되었다.



피상적인 사람들과의 만남에 지쳐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던 나는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내가 직접 찾아나서기 시작했고,

그 형태는 '서울에 사는 몇 명의 사람들'로 나타났다.



그 결과 나와는 기호가 다른,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폄하하게 되었고

'서울에 사는 몇 명의 사람들'만이 진정 나를 알아준다-고 여겼다.



더불어 제대하면 반드시 수도권 부근에서

공부할 거라는 막연한 희망까지 가세하면서, 나에게 서울은

시골촌놈이 꿈꾸는 '어메리칸 드림'과도 같은 존재였다.)



후회할 거라는 걸 알면서,

부대에 있는 동안 워낙 밖이 그리워서 그랬는지

그 자명한 사실을 잊어버렸던 모양이다.



기차에 탄지 채 30분이 안 되어서

(갑작스럽게 마음을 180도 고쳐먹은 게 부끄럽긴 했다)

후회를 하고 말았지만 돌이킬 수 없었다.



-

누님들, 형님들. 그리고 동생분들.

인연을 끊겠다는 게 아니에요.

당신들이 갑자기 싫어진 것도 아니에요.

난 지금도 변함없이 당신들과의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해요.



다만, 너무 유예기간이 길었어요.

이제 나는 오래 전에 끝나버린 환상을 버리고

또 다른 목표를 찾아, 그에 맞는 삶을 시작하려고 해요.



그래서 이번을 마지막으로

무분별한 서울 방문은 그만둘까 해요.

항상 지방에서 손해를 보며 올라오는 입장에서

한 번만 만나달라고 구걸해야 하는 거, 솔직히 구차하거든요.



서울에 사는 당신들은 만나주는 것도,

안 만나주는 것도 그만큼 쉽겠지만

저로서는 당신들을 만나는 것도, 안 만나는 것도 둘 다 곤란해요.

만나면 오랜만이랍시고 내가 싫어하는 술자리를 가질 게 뻔하고,

안 만나면 큰 맘먹고 올라온건데 못 봐서 아쉬우니까,

만나면 후회하고 안 만나면 공허하고 허전해요.

어느 쪽을 선택해도 결론은 날 힘들게 해요.



내가 한 때 온 열정을 바쳤던 커뮤니티의

지나간 영광에 대해 얘기하는 것도,

남들이 들으면 공치사로 들릴지도 모를 달콤한 칭찬들도.

미안하고 고맙긴 하지만 난 사양할래요.

전 이제 좀 더 자기계발을 위한 곳에 내 열정을 쏟아붓고 싶어요.

난 이 험한 세상에서 살아남기에는 많이 뒤쳐진 아이니까요.



-

얘들아, 미안해.

너희들과는 상관없는 환상에 오랫동안 집착하고 있던 나머지

너희들을 우선순위에서 밀어내고 폄하하고 있었나 봐.

별로 얘기하고 싶지 않은데 오랜만에 메신저에 접속할 때마다

어김없이 말을 걸어오는 너희들이 귀찮아서

자리를 비운 척, 모른 척 그렇게 지내왔어.



(하지만, 변명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지만 난 정말 술이 싫어.

그게 내가 다른 사람이랑 비교해서 까다로운 점이겠지.)



어쨌든 내가 정말 나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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