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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언제나 사람들이 예상하는 지점과 다른 곳에 다음 발걸음을 옮겼다. 일렉트릭 기타의 노이즈가 살아있는 얼터너티브 록밴드 위퍼에서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던 그는 밴드 해산 이후 어쿠스틱한 기타 사운드가 담긴 솔로 앨범을 들고 왔다. 이지형이라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괜찮은 인디 뮤지션이라는 평가가 내려지자 그는 토이 6집의 객원 보컬로 참여해 ‘뜨거운 안녕’을 불렀다. 포크와 모던록이 함께 담긴 그의 새 앨범 역시 그런 행보의 결과물로 보인다. 하지만 돌아보면 얼핏 갈지자처럼 보이는 걸음에서도 그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하겠다는 마음 하나로 중심축을 잡아왔다. 그래서일까. 확장과 회귀가 공존하는 새 앨범은 변화 속에서도 자신의 자리를 지켜왔던 이지형의 모습과 많이 닮았다.

t : 이번 앨범 에 대해 칭찬도 많고, 제목에서 비롯한 해석도 많다. 그래서 오히려 본인의 평가를 듣고 싶다.
이지형 :
내가 만든 것이니 감정적일 수밖에 없는데 최선을 다했고 정말 만족한다. 부족한 부분도 있고 이지형의 한계를 보여준 부분도 있고 발전한 부분도 있고. 그게 다 담겨진 것 같다. 물론 들으며 호평을 하는 사람도, 혹평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 최선을 다해서 그런지 빈틈이나 허전한 부분조차 마음에 든다. 그런 허전한 부분 자체가 지금의 내 모습을 보여주니까. 현재의 이지형에게서 더 이상은 보여줄 수 없을 것이다. 더 좋은 게 나올 수도 없고. 다 담았다는 것 자체가 만족스럽다.

“희열이 형을 안 만났으면 이번 앨범이 굉장히 불투명했을 거 같다”



t : 그 ‘모든’ 것에 유희열과의 작업 경험도 포함되어 있나.
이지형 :
물론이다. 만약 토이를 안 하고 원래 계획대로 2007년에 녹음이 들어갔더라면 이번 앨범처럼 안됐을 거다. 오히려 좋은 전향점이었던 것 같다. 그 전에는 그냥 2집 곡 작업만 했다. 콘셉트도 1집보다 부드럽고 음색을 좀 더 풍부하게 살려보겠다는 계획 정도였고. 하지만 토이 작업을 하며 희열이 형과 얘기도 많이 하고 많은 걸 배우며 이번 앨범에 표현하고 싶은 것들이 명확해졌다. 만약 희열이 형을 안 만났으면 의 노선이 달라지진 않았어도 굉장히 불투명했을 거 같다.

t : 녹음기술을 비롯한 여러 기술적 측면에서도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 같은데.
이지형 :
물론 기술적인 부분도 많이 배웠다. 아니 배웠다기보다는 같이 작업하고 대화하며 자연스레 희열이 형이 말해준 거지. 우선 음악적으로는 작법에 대해, 그리고 녹음기술 전반에 대해서도 말해줬다. 음악 외적으로는 프로모션 차원에서의 대중과의 소통법과 라디오 방송 생리에 대해서도 말해줬다. 그렇게 희열이 형이 여태껏 경험한 것들을 많이 말해줬는데 사실 이번 앨범에서 써먹지는 못했다. 음악이란 게 그렇더라. 내가 작년 10월에 희열이 형을 만나고 올해 3월에 2집을 본격적으로 녹음했는데 그 시간 안에 이지형이라는 사람이 쉽게 안 변했다. 희열 형이 말한 것도 다 알겠고 머릿속에도 다 입력했는데 몸에 붙은 타성은 이지형 그대로인 거지. 긴 시간을 가지고 메인스트림의 작법에 영향 받아 곡 작업을 한다면 3집과 4집의 얘기이지 않을까. 녹음기술이 발전했다면 아까 말한 대로 모든 걸 다 쏟아 부었기 때문일 거다. 순간적인 감정에 한 번 들어보고 좋다고 넣기 보다는 다시 한 번 점검했다.

t :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은 미니멀했던 1집에 비해 2집의 사운드가 풍성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I need your love’의 경우 화려한 스트링 편곡이 메인스트림의 작법을 연상하게 했다.
이지형 :
그런 접점으로 해석해도 될 것 같다. 내 작법으로 역량이 전해지진 않았겠지만 요소요소에 토이의 영향력이 있을 거고. 하지만 나 스스로는 잘 모르겠다. ‘I need your love’의 경우 메인스트림에서 들어오던 발라드 포맷의 곡을 만들려던 건 아니다. 그보다는 원래 이지형의 색깔을 담아 규모가 큰 버라이어티한 사랑 노래를 만들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일본 밴드 미스터 칠드런의 곡을 좋아하는데 그들 음악은 좀 거대하지 않나. 사실 1집 때부터 하고 싶었던 스타일인데 그 땐 돈이 없어서 못했다. 그렇다고 지금 돈이 많아진 건 아니고 단지 꾸더라도 좀 더 많이 꿀 수 있으니까.(웃음)

t : 그렇다면 오히려 ‘뜨거운 안녕’의 인기를 발판으로 대중적으로 성공하고 싶은 유혹을 받았을 것 같다. 눈 딱 감고 발라드 히트곡 하나 내서 돈 번 다음에 2집에서 하고 싶은 시도를 마음껏 하자는 식으로.(웃음)
이지형 :
그런 유혹은 당연히 느꼈다. 지금도 느끼고 있고. 그런데 희열이 형이 못하게 했다.(웃음) 사실 그런 걸로 진지하게 고민하는 타입은 아닌데 가끔 그런 생각이 들면 희열이 형과 얘기했고, 그 때마다 형이 그냥 내가 하던 걸 하라고 했다. 만약 희열이 형이 ‘이번이 기회야, 이제 나이도 서른하나인데 뭐 좀 해야 돼. 네가 스물두 살 때 인디밴드하던 그런 때도 아니고.’ 이런 식으로 얘기하고 곡도 써주고 했으면 어떻게 됐을지 모르겠다.

“대중은 참... 어려운 것 같다”



‘뜨거운 안녕’(왼쪽)으로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그는 대중과 만나는 접점을 더 늘릴 생각이다.

t : 그래서 이번 앨범에 대해 의외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앨범에 수록된 곡들의 멜로디가 결코 비대중적이라고 느껴지진 않는다.
이지형 :
내가 생각해도 내 음악의 기본은 록 비트와 포크 기타지만 보편적 한국 가요를 듣는 사람들의 보편 정서에 크게 거슬릴 건 없어 보인다. 오히려 거슬려도 뜰 사람은 뜬다. 노브레인 봐라. 얼마나 시끄럽나. 요즘 동방신기 노래만 해도 옛날 가요 포맷으로 따지면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구성이지만 동방신기가 부르면 만 장 단위로 팔리고. 그런 거 보면 대중적이란 걸 이해하기 어렵다. 대중은 참... 어려운 것 같다. 그래도 이번 앨범은 위퍼할 때나 1집 때보다 사운드가 명확해진 면이 있어서 대중과 한 발자국 가까워진 것 같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내 음악을 듣는 팬들이 다양해졌다. 예전 내 팬들은 내가 듣는 음악을 그대로 듣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요즘 팬 중에는 마니악하게 듣는 사람이 많지 않고 토이, 김동률, 빅뱅, 브리트니 스피어스 등 다양한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t : 많이 알려진 탓도 있는 것 같다. 토이 활동을 하기 전에도 ‘홍대 원빈’이라는 별명으로 유명세를 탔고, 현재는 홍대 신과 전국구 사이에 섰다. 이 위치는 이지형에게 어떤 의미일까.
이지형 :
나를 인디 뮤지션이라 불러줘도 좋고 그냥 가수라고 불러줘도 상관없다. 하지만 시작점은 중요한 것 같다. 내 모태는 홍대 클럽이다. 이 동네가 소위 나의 ‘나와바리’고 음악적 고향인 거다. 내가 만약 스타가 되도 이 동네에 계속 남을 거고 1년에 백 번은 아니더라도 꾸준히 이 동네에서 공연을 할 거다. 이곳에서는 모든 음악 하는 사람들의 실험과 시도가 처음으로 등장한다. 사운드적인 실험, 퍼포먼스적인 실험, 문화적인 실험을 다 할 수 있는 곳이다. 그렇다고 여기에서만 음악 하라고 하면 그것도 또 우울할 것 같다.(웃음) 천성적으로 한 동네에 머무르는 걸 싫어한다. 이 동네에서만 음악하고 싶은 사람은 그렇게 하는 거고, 나는 이 동네 저 동네에서 하고, 저 먼 곳에서도 하고, 다시 돌아와서 이 동네에서도 하고 싶은 거니까. 궁극적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내 음악을 알아주고 많은 사람들에게 내 음악을 들려줄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좋겠다.

t : 그렇다면 음악적 스펙트럼 뿐 아니라 대중과 만나는 스펙트럼 역시 늘려갈 생각인가.
이지형 :
물론이다. 적극적으로 보여주는 자세는 분명 필요한 것 같다. 사람들과 만나는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다면 적극적으로 나서야하는 거지. 가만히 앉아서 음악만 던져줘서 알려질 세상은 아니지 않나. 단지 음악의 중심을 잃지 않으면 된다고 본다. 기업 광고를 하든 <뽀뽀뽀> 나와서 진행을 하든.

“기타리스트로서의 자세를 보이고 싶어 일부러 어려운 연주를 넣기도 했다”





t : 초심을 유지하며 영역을 넓혀간다는 건가.
이지형 :
그렇다. 토이 작업 덕분에 ‘이지형이라는 사람이 가수구나. 어, 음반이 나왔네’라고 하는 건 좋은 변화 같다. 하지만 지울 수 없는 나만의 냄새가 있는 거고, 지울 수도 없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기타 중심, 밴드 중심의 음악이기 때문에 그걸 지우면 이지형이 아니게 된다.

t : 그런 면에서 연주곡 ‘한 때 우리는 작고 보드라운 꽃잎이었다’와 ‘메탈 포크 주니어의 여름’이 흥미로웠다. 전자에서는 아름다운 멜로디 이상으로 기타리스트로서의 자의식이 느껴졌고 후자는 ‘초심을 잃지 않겠어!’라는 다짐처럼 들렸다.
이지형 :
맞다. ‘메탈 포크 주니어의 여름’은 순수하게 음악을 듣고 에너지도 가장 넘치던 어린 시절에 대한 얘기다. 음악에 대한 환상만 가지고 음악 했던 때고, 그 때가 가장 재밌었던 것 같다. 그 환상 때문에 열정도 생겼고. 또 색안경 끼지 않고 음악을 들었기 때문에 슬레이어나 메탈리카 같은 헤비메탈과 한대수, 밥 딜런 같은 포크 음악을 동시에 들을 수 있었다. 그래서 메탈 포크 주니어다. 은 이지형의 다이어리라고 생각한다. 중학교 때 이지형부터 서른하나 이지형까지의 비밀일기 같은. 그 구심점을 통과하는 얘기가 ‘메탈포크 주니어의 여름’이다. 그리고 원래 그 시절 꿈은 기타리스트였다. 요즘 가수가 기타 들고 다니면 구색 맞추는 정도로 보는 사람도 있는데, 기타리스트로서의 자세를 좀 보여줘야지 싶어서 ‘한 때 우리는 작고 보드라운 꽃잎이었다’를 수록했다. 사실 ‘메탈 포크 주니어의 여름’에서도 기타 초급자는 치기 어려운 연주를 일부러 집어넣었다. 그래서 나도 지금은 잘 못 치겠다.(웃음)

t : 이번 앨범이 다이어리 같다고 말했는데 그 다이어리에는 앞으로 더 얘기할 것이 남았나.
이지형 :
위퍼 활동 하던 때 외에는 백지로 시작한 적이 없는데 다음 앨범은 백지로 시작할 것 같다. 도 그렇고 예전에는 준비되었던 걸 계속 끄집어내 지난 추억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다. 내 안에서 어떤 빛 같은 걸 찾으려고 하는 편인데 지금부터는 리얼타임 스토리를 얘기하고 싶다. 내가 지금 어떻게 걷고 누굴 만나는지. 그래서 어떻게 음악이 나올지 모르겠다. 이제부터 걸어가야 하니까.

t : 그럼 이제 ‘메탈 포크 주니어의 여름’ 같은 곡은 들을 수 없겠다.
이지형 :
아마 없을 거다. 모르지. 갑자기 또 말 바꿔 나올 수도 있겠지만.(웃음)

(글) 위근우guevara99@t-fac.com
(사진) 이원우mcqueen@t-fa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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