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를 만든지 이제 6개월이 넘었다. 그간 어려운 서울 생활이며 수습 기간 거치고
이제 조금 뭔가를 알 것 같은 그런 단계가 되었다.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부끄럽지 않을 정도는 되겠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사이 내 몸은 엉망이 되고 있었다.
적은 머릿수로 만들어지는 잡지이기 때문에 한명이라도 펑크가 나면 잡지는 영영 BYE BYE
그래서 다들 지친 몸을 이끌어가며 일하고 있다.
불규칙한 식생활과 취침, 그리고 가공할 만한 스트레스..
나는 결국 쓰러지고 말았다. 드라마에서처럼 곱게 이쁘게 쓰러지면 좋았을 것을
쓰러질 때 얼굴을 크게 상하고 다리도 제법 다친 것 같다.
의식이 없었으니 어떻게 다쳤는지도 기억이 안나는데 소리가 엄청났는지 주위
사람들이 마감하다말고 뛰어왔다.
그런데 그 상황에서 마감 교정 밖에 생각이 안나는 나는 뭐냐고..
도대체 조선시대 노비도 밤에는 잠을 잤다는데 일의 노예가 되서 이 청춘을 보내도 되냐고..
여러가지 생각이 범람해서 솔직히 눈물이 조금 나왔다.
하지만 선배기자님과 디자이너님이 미안하다고 해주고(당신들이 미안할 필요는 없는데)
죽이랑 우유도 사다주면서 걱정해 주었다. 다들 거의 한계에 다다른 상황인데도
서로를 생각해주는 마음에 감동했다.
직장을 그만두거나 짤릴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사람'이라는 게 남았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이런 일에 이런 임금을 받고 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돈은 움켜쥐었다가도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 버리고 결국 사람에게 남는 것은
'사람'이라고, '사람'밖에 없다고 다시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머릿 속을 스치는 또 하나의 생각
'다음 주 영상회에 가야되는데^^;'
빨리 마감의 무거운 기운을 떨쳐버리고 어서 영상회로 달려가고 싶다.
벅찬 인생의 환풍기(?)여라. 미스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