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살 어린 여동생이 한명있다.
에쵸티가 주류 가요계를 점령하고 있던 시절
중딩인 내 동생은 여느 중딩들과 마찬가지로 그들에게 환호했었다.
특히 5마리중 '노래하는 원숭이' 토니안에 빠져있던 시절.
난 그런 동생이 상당히 못마땅했다.
(그렇다고 뭐 싸우거나 경멸한건 아니고... 그저 좀 못마땅했다는거다.)
지난주였던가.
근무철수를 하고 자기전에 내무실에 누워 개콘을 봤다.
꽃보다 남자라는 코너에 토니안이 나왔다.
새 앨범 발표 홍보차 나온것임은 한국을 방문해 처음 개콘을 보는 각트도 알수있을법한 것이었다.
자신의 별명을 소개하기 시작한 그들.
토니안은 자신을 "노래하는 원숭이"라고 외쳤다.
사실 웃겼다.
하지만 웃긴만큼 서글펐다.
연민의 정이 아닌 그저 불쌍한 동정심일 뿐이었다.
이틀전에 1차정기 휴가를 나왔다.
원래대로라면 동생 또한 다른 고3들처럼 원서쓰느라 피말릴 시기이지만
수시대첩에서 승리하여 마음것 연말의 들뜬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다.
어제밤.
원래의 피부를 되찾고자 안방에서 어무니의 도움을 받아 조인성 팩을 하고있었다.
동생은 옆에서 공중파에서 하는 각종 시상식과 케이블을 돌려가며 보고있었다.
그러던중.
엠넷에서 토니안의 모습과 노래가 흘러나왔다.
동생이 계속해서 그것을 보리라 예상했던 나는 "채널 돌려"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이런 나의 마음을 읽은건지 "채널 돌려"의 채 중에서도 ㅊ을 발음하기 전 입을 반쯤 연상황에서
채널을 돌리는게 아닌가.
입을 벌리고 멍하니 있어야하는 민망함을 피하고자 순발력을 발휘해 "채널 왜돌리냐?"라고 한마디.
동생 왈.
"노래하는 원숭이 나왔자나."
그렇다.
그에게 토니안은 그런 존재였다.
시간이 흘러 취향이 바뀐 동생.
토니안은 누구의 사랑을 먹고 살아가야 하는걸까.
휴가를 나오기전 앨범을 몇개 사노라고 했다.
넬 이승환 그리고 줄리런던.
앨범3장이면 무료배송인 모 사이트에서 주문하라고 하자 자기도 한장 사겠다고 했다.
동생의 방에 들어갔다.
여간해선 엠피3로 듣는 동생이기에 동생방에 새로운 앨범이 있으면 금방 티가났다.
새로운 앨범... 다름아닌 엠씨더맥스였다.
엠씨더맥스...
내가 1년전부터 제일 싫어하는 가수다.
제일...
이유를 말하면 한도끝도 없지만
굳이 굳이 짧게 말해보자면
간디가 그의 저서 '젊은 인도'에서 말한 7가지 사회악중 '노동없는 부'를 얻는 행위를 하고 있는것 같아
(꼭 이렇게 써노면 나머지 6개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있기마련 아니겠는가.
굳이 그들의 애간장 타는 모습을 보고싶지 않기에... 원칙없는 정치, 도덕없는 경제, 인격없는 교육, 인간성 없는 과학,
양심없는 쾌락, 희생없는 신앙이 그것이다.)
그래서 싫다.
정말 싫다.
난 그런 동생이 상당히 못마땅했다.
(그렇다고 뭐 싸우거나 경멸한건 아니고... 그저 좀 못마땅했다는거다.)
주석이 그의 랩에서 외쳤던가.
"취향의 다양성!"
그렇다.
주석이 라면을 끓여먹던 라임을 끊어먹던
그건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지만.
동생이 갖는 취향의 저질성은 집고 넘어가고 싶다.
왜?
내 사랑하는 동생이니깐!
...9박10일 휴가 나왔습니다.
복귀 바로 다음날인 1월8일이 제 입대일이죠.
벌써 1년이라 표현할만큼 짧게 느껴진 시간이었지만
아직 남은 1년을 생각하면 좀 버겁긴 하네요. ^^;
미스찌루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