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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청춘

아싸라삐아 2005.04.23 22:29 조회 수 : 199

최근 면접에서 줄줄이 떨어지고 인터넷은 요금이 연체되어 끊어지고
은행통장의 잔고는 더 이상 찾을 것도 없는 상황이 와버렸지만
그래도 웃을 수 있었던 것은 역시 대책없는 낙관주의에서 비롯된 것인가 싶습니다.
하지만 드디어 쌀이 바닥나자 정신마저 황폐해지고 극도의 우울한 증세가 찾아왔어요.

자아비판, 자기비하를 거쳐 자기합리화와 자기화해로 이르는 기나긴 사색의 끝에
있는 돈, 없는 돈을 긁어모아 쌀을 살 돈도 없는 주제에 던킨도너츠에 가서 너무나
좋아하는 스트로베리필드 4개를 사는 엄청난 사치를 저지르고 미스치루의 <Q> 음반을
들고 근처 공원에 갔습니다.

공원 밴치에 앉아 도너츠의 흰가루를 입에 묻히고 미스치루 음악을 들으니
노래들이 한결같이 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아 많은 위로를 받았어요.
그리고 냉정하게 왜 면접에서 떨어졌는지, 자존심이란 것이 무엇인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 생각할 시간을 가졌습니다.

어느 누구를 탓할 수도 없이 모두 스스로가 부족해서 되지 않았던 것이고
자존심이란 것도 스스로 존중할 근거가 없는 것에 불과했고 꿈에 대한 열정이
희미해진 것도 의지가 없어서 그런 것일 뿐이었죠. 모든 문제가 선명하게 보이고
마음 속에는 이미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대답을 알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마지막 돈을 다 쓸 때부터 각오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때마침 미스치루의 'Everything is made from a dream'이 나오고 또 한번 삶의 감격스러운
순간이...

부모님께 쌀을 조달받고 돈을 빌려 다시 인터넷을 연결하고 짐정리를 하고
마음의 먹구름을 거둔 후 다시 이력서와 자기소개를 썼어요.
지금은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서 기획전시관 관리와 안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어요.
적은 보수지만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되어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고 있답니다.

빚을 지는 것은 제일 피하고 싶은 일 중의 하나였는데 살다보니 역시 빚을 지게 되는군요.
격려해주고 응원해주는 마음의 빚, 어려울 때 도움을 주는 사람의 빚...
받은 빚을 돌려주기 위해 열심히 살아야겠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단지 또 다른 시작에 불과하겠지요.

PS - 28일까지 명동에 있는 서울애니센터에서는
지금 '추억의 오락실'이란 기획전시를 하고 있습니다.
1943이며 너구리 등 옛날 꽃날 아케이드 게임을 무료로 할 수 있고
제가 어릴 적 가지고 놀던 게임보이며 닌텐도, 세가세턴의 골동품 게임기를 볼 수 있답니다.
단, 이것은 사용이 불가능하네요^^

미스치루 식구들도 모두 건강하시고 즐거운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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